EBS 지식채널e 광우병편 외압 파문과 관련된 담당 PD의 글

2008. 5. 21. 13:20critique

안녕하신지요? <지식채널e> 담당 PD 김진혁입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을 겪었습니다. <지식채널e> 금주 방송분 중 한편인 ‘17년 후’를 오늘부터 지상파와 플러스에서 모두 내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7년 후’는 현재 가장 예민한 이슈인 ‘광우병’을 다룬 내용입니다. 예민한 내용인 만큼 현재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협정 관련 내용을 직접 다루지 않고, 과거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관련 일들을 사실(fact)만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 이유는 EBS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 여건과,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PD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충분한 자기검열을 통해 제작을 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메시지도 굉장히 건전(?)합니다. 영국의 잘못을 거울삼아 안전하다고 장담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잘 하자 정도입니다. 이 정도 수위는 보수언론에서도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얘기하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비판인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광우병’ 관련 아이템이란 이유로 월요일과 화요일 방송이 된 내용을 수요일부터 방송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 매체 조중동이 있는 반면
자신의 소신과 신념으로 진실을 알리려는 몇몇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들이 있음에, 그리고 발전된 인터넷 기술과 매체가 있음에 감사한다.

단지 경제성장을 위해 국민들의 여론은 아랑곳 않은 채 이루어진 한미 쇠고기 FTA.
물론 정부의 논리처럼 광우병의 실체와 위험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위험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입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확실해져야 수입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입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어떠한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정부는
그에 대한 판단을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넘겨버린채 위험이 명백한
것이 아니라고만 말하고 있다.
미국이 담당해야 할 몫을 우리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셈이다.

이 때문에 위험에 대한 진실을 담당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 되어버렸고
이마저도 정부의 외압이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국민들의 지혜와 참여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