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버드] 12살의 소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2008. 5. 20. 17:43media

연극열전2 에서 기획한 작품 중 하나인 블랙버드.
추상미의 연기를 기대하며 예매한 작품.


가격 : (2008. 5. 18일까지의 100% 감사티켓 + 30% 할인과 학생할인) × 2명 + 수수료
         = 36000원
일시 : 2008. 5. 17일, 토요일 18:00시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5층) - 총 161석

예약 순서대로 입장하여 원하는 자리에 앉는 방식으로 예약순서가 99, 100번이었음에도
그나마 5, 6번째 줄에 앉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고 좌석이 계단식으로 배치되어서
시야를 잘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100분 가까운 공연시간동안 관람하다보면 공간이
협소해 자세를 바꾸기 힘든면이 있었고 의자의 소리 때문에도 불편한 점이 있었음.
연극이 줄곧 한 세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내면의 심리를
표현하는 연기력과 문제에 대한 화두에 집중한다면 좋을 것 같다.

12살의 우나와 이웃집 아저씨 레이.
레이는 우나를 만나 우나의 내면의 깊은 곳의 외로움을 깨닫고 이를 계기로 가까워진다.
서로 가까워지며 성관계까지 맺게 되며 모텔방에서 담배를 사러 나간 레이와 기다리다
레이를 찾아나선 우나는 서로 엇갈리며 이들의 관계는 밝혀지게 된다.
15년 뒤 6년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나와 새로운 이름 피터로 살아가는 레이와 27살의
숙녀가 된 우나는 우나가 레이를 찾아옴으로써 만나게 되고 둘의 깊은 내면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우나는 15년전 레이가 자신을 모텔방에 버리고 갔다고 오해하고 레이는
그 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상황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우나가 레이를 찾아와 증오와 미움, 원망섞인 마음을 표현하지만 레이의 설명을 듣고서
레이가 자신을 버린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와 함께 그에 대한 과거의 감정이 증오가
아닌 추억의 감정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인다.

12살의 소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사랑에 빠졌다면 성관계를 갖는 것은 합리화 될 수 있을까?
미성년이라는 것은 감정과 지성이 스스로 책임을 지기에 성숙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12살의 소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하다라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을 넘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은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데 청사진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소녀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우나가 레이를 향해 증오섞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모텔에서의 일, 특히 자신을 버렸다고
느끼게 된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들으며 증오가 애증으로, 그 애증이 다시 과거의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를 그토록 증오한다는 것은
반대로 그 누군가만을 그토록 생각한다는 반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증오와 사랑은 백지 한 장의 차이는 아닐까.
때문에 우나에게서 가슴 시린 아픔과 가슴 따뜻한 사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 레이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소녀의 출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지만 레이가 거짓을 이야기한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어린 시절의 간절한 감정들, 사랑에 대한 책임, 증오와 사랑의 간격.
다소 지루하고 짧았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분들과 직접 악수를 나누는 시간을 기대했건만 유명 배우분들의
공연이어서 그런지 그런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추상미씨께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공연할 때 무릎 조심하세요' 라고.